앞서서
장편 소설이기는 하지만 줄거리 자체는 굉장히 단순해.
1인칭 화자가 주인공인데,
화자의 이야기가 파편화 되어 있어서 단편같은 느낌을 줘.
신기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거야.
어떤 부분은 이 사람 뭔 소리 하는 거야?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제 멋대로거든 ㅎㅎㅎ
그래서 서사가 중요한 소설은 아니야.
하지만 구성이 흥미롭고
문장이 쓱쓱 잘 읽혀서 재밌게 봤던 것 같아.
내용
줄거리
지난 시대의 생활 방식에 멈춰서
새로운 시대와 불허하며 혼자 사는 목재소 주인 톨락.
아이들인 남매는 그를 떠나 도시에서 살고
아내는 십수년 전 실종되었다.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알콜중독자 톨락.
하지만 그에 비해 상냥하고 사교적이었던 아내.
톨락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아내...
아내의 실종 후 톨락은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고
특히 딸하고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그런 톨락이 아끼는 단 한 사람 오토, 아니 오도.
지적 장애가 있는 마을 아이를 가엽다고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던 것.
실종되었던 아내는 톨락이 죽인 것일까?
자신에게 오롯이 의지했으면 하는
그러나 그러지 않는 오도는 왜 그와 함께 살게 된 것일까?
<아래로는 스포일러!!>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예상 가능한 부분이라서...
하지만 그래도 스포 예고는 하고 ㅎㅎㅎ
처음부터 아내를 너무 절절하게 회상하고
그녀가 한줄기 빛인 것처럼 말하지만
묘사하는 방식이 거칠고
톨락의 어법이 워낙 분절되어 있는 터라
아내를 죽인 게 톨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오토 역시 그닥 상냥하지 않은 톨락이
이상할정도로 애착을 보이기 때문에
친 아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다만 이 두가지 사실이 짜쟌~ 하고 반전으로 등장하는 건 아니야.
왜냐하면 아내를 죽이고 유기하는 과정도
오토가 톨락의 아들임이 밝혀지는 과정도
당위를 딱 맞춰서 떨어지게 만든 것도 아니고
필연적인 사건을 넣어서 암시를 한 것도 아니거든.
톨락의 아내라는 소설은
한 사람의 시야를 분절하고 파편화 시켜서
섞일 수 없는 세계를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거든.
그런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단문이 많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
덕분에 가독성이 높고 몰입감도 쩌는 거지.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먼다도 톨락처럼
세상과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
낯선 것들을 보면 움추러들고
스스로가 만든 작고 안전한 세상에 안주하고 싶고
익숙한 둥지 밖에 것들은 보고 싶지 않아.
먼다가 겪은 경험만이 최고! 라는 건 아니지만
먼다의 삶에 이질적인 것들이 밀고 들어오는 건 참 싫거든.
그건 아마 겁이 많은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렇다고 톨락처럼 나만의 세계 갇혀서
모든 것들을 거부하면서 살게 되면 결국 망가지겠지.
그러니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거리라는 생각이 들어.
익숙한 것들과 낯선 것들과의 거리,
사랑하는 것들과 미워하는 것들의 거리.
사람마다 모두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거리가 있거든.
그 적절함이라는 건 편한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스스로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거리...
먼다 역시 그 거리를 찾는데 오래 걸렸다고 생각해.
사실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ㅎㅎ
세상과 자신의 적절한 거리를 측량할 수 있게 되면 혼란은 조금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어.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 보다
지금 덜 혼란스러운 건 그 거리감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래도 여전히...
삶을 자기답고 위태롭지 않게 살아가는 건 어려워.
그건 아마 평생토록 그렇겠지.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좀머 씨 이야기 보다는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 자체가
더 톨락의 이미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어.
(-0-;; 범죄자 같다는 게 아니야!!)
세상과 유리되는 까닭은 다양하고
모두가 세상에 복닥복닥 섞여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이 영화는 어때?
이해영, 이해준의 김씨 표류기
이해영, 이해준의 김씨 표류기
톨락의 아내 추천작에 올려 놓긴 했지만
훨씬 따뜻하고 나이브한 이야기이긴 해.
하지만 이런 문제는 음울하게 펼쳐 놓든
똥꼬 발랄하게 펼쳐 놓든 간에
어떤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표현된 컨텐츠를 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김씨 표류기는 그 자체로 재밌으니까 ㅎ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Dolores Waltz authr : E. Waldteufel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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