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서 배수아라는 먼다가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작가야. 당시 배수아와 비슷한 연배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들이라면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정도가 아닐까 싶어. 이 작가들은 7,80년대 태어난 독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지. 하지만 먼다는 공지영이나 은희경 신경숙 보다 배수아가 더 좋았어! 어떤 규격에서 벗어난 느낌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배수아의 이야기가 좋았던 건 약자를 가엾게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어. 많은 이야기 속에서 약자들은 너무나 불쌍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그려졌거든. 그런 묘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약자들은 착하고 성실해야만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더라구. 훨씬 앞선 세대의 박완서가 그러했던 것처럼 배수아도 시니컬하고 자기 비판적이면서 무엇보다 엄청 재밌게 잘 읽혀...
앞서서 유명한 한국 근대 소설가들이 참 많잖아.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도 엄청 실려 있고. 김동인, 김유정, 이효석, 염상섭 등등..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품도 다 다르겠지. 그 중에서 먼다의 원픽은 현진건이야. 이러저러한 학구적, 사회적 의미도 있겠지마는 그보다 수십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원픽인 거지! 장편인 무영탑도 재밌는 이야기이지만 단편들이 훨씬 좋았던 것 같아. 대부분 다 블랙 코미디인데 가벼우면서도 한 방이 있어.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비참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다 40대 초반에 생을 마감했던 현진건.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반짝이는 유머가 살아있어. 아무리 짧은 소설에도 아이러니가 숨어있지. '왜 먹지를 못하니."의 밈으로 유명한 운수 좋은 날..
앞서서 황정은의 소설은 늘 좋은 편이지만 연년세세는 다른 의미로 더 특별해. 사진이 예쁘게 안 담겨서 쫌 속상한데... 진짜 판본이 엄청 엄청 예뻐. 저런 풀색이나 카키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재질도 일반 종이가 아니고하여튼 엄청 예뻐. 그래서 읽을 때도 독서대가 아니라 양 손에 표지를 꼭쥐고 봤다니까 ㅋㅋㅋ 요즘은 이북도 많이 보니까... 종이책으로 황정은 소설을 꼭 한권 가져야 한다면 먼다는 연년세세를 가질 것 같아! 내용 줄거리 70대 어머니인 이순일(순자)과 아버지인 한중언. 장녀 한영진, 차녀 한세진, 막내 한만수. 영진의 남편 김원상과 그들의 아이들인 예범과 예빈. 이들은 가족이다. 순일과 중언은 영진의 아이들을 보살펴주기 위해 그들의 집으로 들어왔다. 5층엔 영진의 가족, 4층엔 순일과 중언...
앞서서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먼다 생각에 김언수는 단편보다는 장편이 훨씬, 그 중에서도 장르 소설 쪽이 훨씬 더 재밌는 것 같아. 잽은 단편집이야.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편이긴 한데 약간 아쉬운 건 사실이야. 하지만!일단 어떤 작가가 좋아지면 그냥 전부다 좋아지는 그런 거 있잖아. ㅎㅎㅎ 객관적인 시각은 가질 수 없는 그런거. 그리고 어쨌든 대표작인 잽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이야기이거든. 그래서 단편 잽을 소개하려고 해~! 내용 잽 부글부글 끓는, 다이나마이트 처럼 폭발할 것 같은 청소년 시기.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데 왜 이리 건드리는 사람이 많은지. 특별히 모난 구석도 없는 것 같은데 선생들은 왜 그리 나를 못 마땅해 하는지. 권투나 격투기 같은 거라도 배우면 그 놈들을 때려 눕힐 수 있을까? 날..
앞서서 백의 그림자는 황정은의 장편 소설이지만 전체적인 호흡은 단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황정은의 다른 이야기가 처연함을 담고 있다고 한 적이 있어. 거기에 어떤 형용사를 더 붙인다면 조심스러운이 어울릴까봐. 조심스러운 처연함. 혹은 가만가만한 처연함. 그런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장을 휙휙 하고 과감하게 넘기면 마치 책 안에 있는 글자들이 깨져 버릴 것 같은 이야기였어. 내용 줄거리 때때로 그림자가 일어나 사람들을 홀린다. 은교도 숲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일어나는 것을 본다. 무섭나? 무섭지 않다. 따라 갈까? 따라가도 될 것 같다. 그 때 "은교 씨" 하고 무재가 은교를 부른다. 그림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낡은 전자상가 나동. 재개발이 시작되었으니 입주자들은 모두 나가야 한다. 이 곳에서 장..
앞서서 먼다는 기본적으로 장편을 좋아하긴 하는데... 황정은의 이야기들은 단편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 글쓴이들마다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겠지만 황정은의 이야기들을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처연함이 아닐까 싶어. 중간중간 나오는 자조적인 유머의 조각들도 그렇게 처연하더라구. 그리고 눈으로 읽을 때와 낭독을 할 때 받아들여지는 감각이 다른 것 같아. 소리 내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온 기억이 있어. 보통 단편집의 제목은 수록된 대표 단편의 제목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아무도 아닌'이라는 제목의 단편은 없어. 그러니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이 아무도 아닌 것이라는 얘기일 거야. 물론 아무도 아니기 때문에 누구도 될 수 있겠지. 어쨌든 황정은은 동시대의 작가인만큼 앞으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