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 소설/국내
- 2023. 6. 22.
앞서서
배수아라는 먼다가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작가야.
당시 배수아와 비슷한 연배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들이라면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정도가 아닐까 싶어.
이 작가들은 7,80년대 태어난 독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지.
하지만 먼다는 공지영이나 은희경 신경숙 보다 배수아가 더 좋았어!
어떤 규격에서 벗어난 느낌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배수아의 이야기가 좋았던 건
약자를 가엾게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어.
많은 이야기 속에서 약자들은
너무나 불쌍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그려졌거든.
그런 묘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약자들은 착하고 성실해야만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더라구.
훨씬 앞선 세대의 박완서가 그러했던 것처럼
배수아도 시니컬하고 자기 비판적이면서
무엇보다 엄청 재밌게 잘 읽혀.
그이를 처음 안지 20여년쯤 지났지.
정말이지 오랜만에 배수아의 옛 소설부터 다시 읽어 봤어.
시대보정을 안 해도 재밌다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더라구.
하긴... 이미 좋아지고 나면 객관적일 수가 없지. ㅎㅎㅎ
내용
줄거리
2000년대 초반.
서울에 사는 각각의 가난한 사람들.
잘 살았지만 몰락한 사람,
가난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성장한 사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난한 사람,
가난을 벗어나려고 시스템에서 벗어난 사람...
그들은 대부분
이기적이고 추하고 공격적이다.
모두 다 패배자로 보인다.
그래서 그 사이 어디쯤 있는 사람들은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느라
이기적이고 추하고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그들이 어쩌다 한 번 주머니가 두둑해져서
외식으로 먹게 되는 동네 어디쯤에 있는 스키야키 식당.
넉넉하지 않아 어쩌다 한번 먹게 되든
그런 동네가 익숙치 않아 어쩌다 한번 먹게 되든
맛있는 음식은 맛있는 법.
당연한 그 사실을 우리는 모두 잊고 살아간다.
거의 옴니버스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등장인물이 너무나 많은 탓에 줄거리를 요약하는게 좀 힘들었어.
그래서 엄청 피상적으로 써 버렸네;;;
앞서서에도 언급했지만
많은 작가들이 가난한 이들을
엄청 가엾고 착하게 표현하곤 했어.
(안 그런 작가도 물론 많지만!)
대체로 그들은 피해자인 경우가 많았고
그랬기에 가난하지 않은 자들보다
더 착하고 더 성실하고 더 인성도 좋은데
언제나 이런 꼴을 당한다.
자! 너희들 봐라!
이런걸 방관해도 되겠냐?
뭐 이런 교조적인 느낌이 있다는 거지.
이 이야기는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
여기에 나오는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들은
현실적인 모습들 중에서도 극악한 것만 모아뒀어.
그냥 쓱 봐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 투성이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을 비난할 목적으로 쓴 이야기는 아니야.
그런 극빈의 문제는
개인과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겠지.
아무리 성품이 훌륭하고 고매한 인간도
시스템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얘기고
설혹 한 두명 넘어선다 해도 그 정도로는 해결되는 게 거의 없을 거야.
만약 어떤 사회에서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개인이 늘어난다면
그게 일탈하는 개인의 문제일까?
아마 그들 몇명을 잡아 죽인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지.
이 이야기가 나온지 20년 정도가 흘렀지만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아.
물려 받을 것 없는 대다수의 맞벌이 예비 부부들.
그들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이 이야기 속에서 예비 신부인 진주가
집을 찾으려고 집값이 싼 동네를 둘러보는데
그 동네 사람들이너무 후져 보여서 그들을 두려워하고 혐오하잖아.
왜 그토록 혐오하는 감정이 생길까?
현재 내가 가진 자본이 그들과 비슷하니까.
나의 내일이 그들과 같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 같거든.
아아...나는 그들과 달리 졸라게 열심히 사는데 말이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혐오는 일종의 동질감으로부터 발아하는 것 같아.
그런 그녀가 자신의 밥줄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아이가 당하는 폭력을 외면할 때...
그녀 역시 어쩔 수 없이 그 시스템에 종속되어 버리는 거지.
우리는 종종 혐오스러워지지 않기 위해
기꺼이 혐오스러운 무언가가 되곤 해.
언젠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나의 모습이 각각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조금씩 베어나오는 것 같아 뜨끔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야.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배수아의 나는 이제 네가 지겨워
스키야키 식당보다 먼저 나온 소설이야.
요것도 지금 봐도 크게 촌스럽진 않아.
어떻게 보면 순문학이라기 보다
통속 소설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서 더 재밌을 수도 있어.
특히 여자 독자들이라면 더 그렇겠지?
그래도 스키야키 식당 보다는 시대보정을 좀 더 해줘야 해.
스키야키 식당이 괜찮았다면
요것도 함 봐도 좋을듯.
혼자서 남들 눈치 안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아가보려는
평범한, 적당히 못되 쳐먹은 여자의 이야기야.
이 영화는 어때?
임상수의 처녀들의 저녁식사
이 영화는 스키야키 식당 관련이라기 보다
나는 이제 네가 지겨워에 추천할만한 영화야.
책의 출판 시기와 영화의 개봉시기가 엇비슷하거든.
당시 미혼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어.
근데 어떻게 보면 오히려 지금보다 시각이 더 진보적이었던 것 같기도 해.
요즘은 세상이 더 보수적이 되는 것도 같아서...
요즘에 이런 책이나 영화가 나오면
왠지 디게 공격받을 것 같기도 해;;;
좀 오래된 영화라 지금 보면 힘들려나?
먼다도 최근에 본적은 없어서 다시 한 번 봐볼까 싶어!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The Mystery of Nature authr : 김정식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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