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호타르. 맥스 글래드스턴의 당신드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황금가지

앞서서

SF소설이지만 굉장히 운문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야.

반 정도는 상황을 설명하고

나머지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어.

 

편지가 차지하는 양이 많지만

서간체 소설로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게

편지가 거의 감정 묘사로 위주로 되어 있거든.

그래서 사건이나 배경을 제대로 설명해주지는 않아.

 

어쨌든 굉장히 아름답고 절절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어.

 

다만 SF중에서 F쪽으로 확 치중되어 있고

워낙 피상적인 부분이 많아서

세계관이 유지되는 기작을 이해하기는 좀 힘든 편이야.

 

이게 각 개인의 이해도가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

소설 자체가 세계관을 이해하기가 힘들게 쓰여 있어.

 

SF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것 같아.

 

또 다른 고전의 인용이 많아서

여러 고전들을 많이 읽은 영어 능통자라면

무조건 원어로 읽는게 훨씬 좋을 것 같았어.

(먼다는 영어 불통자  T^T)

 

그래서 뒤에 나오는 감상평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먼다 개인의 생각이라는 걸 미리 말할게.


내용

줄거리


어느 먼 미래에 인류는 '가든'과 '에이전시' 집단으로 나누어 전쟁 중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과거로 거슬러 가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인과를 만들기 위해 인과를 조작한다.

이 과정에서 수천년 동안 

무언가를 파괴하고 죽이고 또 죽이는 행위를 반복한다.

전쟁은 철저하게 개인을 집단 속에 파 묻는다.

이 양측의 전사이자 유능한 요원 '블루'와 '레드'

집단 속에서도 자아가 자꾸만 자라는 이들은

전투 중에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고 편지를 나누기 시작한다.

전달하면 안되는 사이에서 전달되는 은밀한 언어들.

둘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 위험한 사랑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사실 두 사람 같은 사랑 이야기를 우리는 여러번 봤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은 물론

색계라는 훌륭한 영화도 있으니까.

(색계의 해피 엔딩 버전이지.)

 

피상적이어서 그런지 보고 있으면 운문이 많이 떠올라.

김춘수의 꽃이라든지 베를레엔느의 그린이라든지.

 

적국의 요원이 사랑에 빠졌으니 절절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

반전을 담은 많은 이야기들이 말하는 것처럼

여기서도 이런 혐오와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그래서 사랑, 그리고 이타심이라고 말을 해.

 

유치하고 뻔하고 낙관적이지만

그래서 정답이고,

그래서 이상적인 그 사랑 말이야.

 

SFnal2021 Vol.2에 실린 '제미신'의 '비상용 피부'가

말하려고 하는 바와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형체도 불분명한 이들은 대체 왜 사랑에 빠지는 걸까?

 

가든은 이 집단 전체가 거대한 나무 뿌리에 연결되어 있어.

에이전시는 영혼이 연결되어 있지.

 

억지로 비교하자면

블루는 오래된 은행나무 고목에 잎사귀 한 장일테고

레드는 졸라 큰 용랑의 하드 디스크에 있는 수많은 AI어플 중에 하나겠지.

 

원래 어떤 개인이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워프물은

인과율 때문에 당위성이 무너지곤 하잖아.

 

그런데 이게 그냥 집단이라면 어떨까?

어제까지의 과거는 끊임없이 바꿀 수 있다면?

그냥 65321개의 잎 중에서 몇 백개의 잎이 오늘은 없고 내일은 생기는 거지.

오늘 수 많은 어플 중 몇 십개가 사라지고 내일 다시 깔려 있는 거지.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생존할 수 있다면

사라지는 개인의 역사 따위야 뭐...

 

그러니 이 전쟁은 아이러니 하지.

결국은 같은 인류에서 갈라진 이들이니

저 쪽에 너무 심한 타격을 주면 이 쪽도 사라질 게 아니겠어?

(이 정도로 달라지려면 아주 먼 미래여야겠지만;;;)

 

예컨대 우리가 이웃 국가를 멸망시키려고

아예 뿌리부터 없애버리자고 생각해서

먼 과거로 돌아가 유인원부터 다 죽여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걔네뿐 아니라 우리도 완전히 없어지는 거잖아?

 

그니까 가든도 이파리는 내줘도 뿌리는 안 다치는 선에서

에이전시도 어플 몇 개는 내줘도 CPU는 안 다치는 선에서

깔짝, 깔짝 죽고 죽이는 싸움을 이어가는 거지.

 

하지만 개인은 어떨까?

아무리 내 조직이나 내 집단이 소중해서

그들을 위해 내 목숨을 내 줄 수 있다고 해도

나와 우리가 완전히 일치 될 수 없는 법이야.

 

거시적인 목적으로

조직 속에서 지속적으로 개인을 마모시키다 보면,

더욱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상대를 그리워하게 마련이야.

오히려 그런 그리움이 가속되겠지.

 

그러니 어딘가에 소속되면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외롭게 되는 거야.

군중 속에서, 조직 속에서...

 

그래서 레드와 블루는 사랑에 빠진 거겠지.

모든 것이 다르고 형체조차 일정하지 않은 그들이

오직 서로가 서로를 오롯이 개인으로서 알아봐줬다는 것만으로.

 

어쩌면 사랑은...그래서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 받기 위해서.

나의 족적을 남기고 싶어서 말이야.

 

그래도 결말은 조금 아쉬었어.

헤어질 결심처럼 잊혀지지 않은 인장으로 남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레드나 블루 둘 중에 한 명이

수 만년의 고독 속에서 그리움에 말라 죽어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머, 먼다가 변태라서가 아니라

왜 이런 이야기는 비극이 더 절절하잖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색계처럼!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언젠가 먼다도 원서로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

운율을 다 맞춘 문장이라며;;

소리내어 읽었을 때 완성되는 문장이라며;;

흙... 한글 밖에 몰라, 몰라아!  T^T;;

먼다도 그의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구!!


이 영화는 어때?


 

이안의 색, 계

책 중반부터 계속 떠 올랐던 영화야.

워낙 잘 만들기도 했고 양조위도 넘모 좋고 ㅎㅎㅎ

...근데 티블로그는 가끔 살색 많이 들어간

공식 영화 포스터를 올려도 유해 컨텐츠라고 판정하던데...

-_-;;; 이건 얼굴만 있으니까 괜찮겠지?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Symphony No.3 F Major op.90 ver.3

authr : F. Chopin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is licensed under

CC BY 

'소설 > 영미.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로드  (1) 2023.01.23
톨락의 아내  (0) 2023.01.17
나를 찾아줘  (0) 2022.12.10
아르테미스  (0) 2022.10.27
프로젝트 헤일메리  (0) 2022.10.19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