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기쿠다 미쓰요의 종이달/ 예담

앞서서

먼다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본에서 나온 소설은 희안할 정도로 슉슉 잘 읽혀져.

 

일본 소설 번역하시는 분들이 솜씨가 좋은 모양이야.

그 중에서도 종이달은 정말 휙휙 잘 읽혀지는 이야기야.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수많은 매체에서 나오는

허상들과 경쟁하면서돈과 돈과 또 수많은 돈 속에서

허덕이는 우리들에게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는 이야기인 것 같아.


내용

줄거리


부자는 아니지만 크게 부족한 것 없이

소박하게 살던 주부 우메자와 리카가

은행 일을 시작하게 되고 젊은 남자와 만나 불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공금을 착복하게 되고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금 횡령 때문에 쫓기게 된다.

 

최근 5년간 그녀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 사건을 뉴스에서 보고 그녀를 기억해 보는데...


오아자키 유코

욕망을 억누르다 길을 잃은 여자.

어린 시절 돈의 욕망을 억누르고 숭고하게 사는 

어린 리카에게 감화를 받은 여자.

어쩌면 리카가 현재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그러나 역시 무너져버린 여자.

 


들어봐, 세상은 미쳤어. 

다들 뻔뻔스러울 정도로 분에 넘치게 살아.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관심들도 없어.

오직 현재, 바로 지금을 위해서 

미친 듯이 지갑을 열고 빚을 화수분 삼아

돈을 써 재낀단 말이야.

 

나는 그들과는 달라.

내 것이 아닌 사치보다는

내 것의 궁핍을 보이는 게 부끄럽지 않아.

 

내 남편과 소중한 아이들을

돈에 미친 세상에서 지켜 줄 거야.

 

그런데 어째서...

가족들조차 나를 비난해?

너희를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내 수치를 견뎠는데

어째서 너희들이 나를 부끄러워해?

 

빚까지 져 가면서 욕망을 드러내는 이들 보다

정말로 내가 더 비난 받아야 해?

어떻게 나한테 그래!!


 

야마다 가즈키

리카의 남편과 다른, 그러나 같은 남자.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을 돌볼 수 없는 남자.

어쩌면 리카와 이어졌다고 해도 또 같은 미래를 맞게 만들 남자.

 


대부분이 다 그러고 살아.

평균보다 월등히 많이 벌 수 없고

평균보다 월등히 잘 날 수도 없고

평균보다 월등히 도덕적일 수도 없다고.

 

나도 그냥 그런 사람 중에 하나야.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

 

제발, 그냥 가만히, 이대로 

그 수많은 점 중에 하나로 살아갈 수는 없어?

 

그냥 못 본척하고 숨 죽이고 있으면

그 안전하고 지루한 길로 당신도 돌아올 줄 알았어.

 

나도 나의 욕망과 타협하면서 길 위에 서 있단 말이야.

대체 날 더러 뭘 어쩌란 말이야?


 

주조 아키

욕망을 숨겨 본 적 없는 여자.

위태하게 묻혀 있던 리카의 욕망에 불을 당긴 여자.

리카와 닮은, 리카의 다른 이름인 그 여자.

 


반짝거리는 것 투성이인 세상에

오직 나 하나만 빛을 잃어 가고 있어.

 

온통 화려한 이 도시에서 

내가 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지?

 

이제는 헤어진 남편과 어쩌다 보는 딸 아이.

작고 낡은 집, 존경까지는 받을 수 없는 직업.

그리고 그래도 월마다 들어오기는 하는 월급

 

저 반짝거리는 도시에서

춥고 축축하고 초라한 나의 집, 나의 방.

 

그 집처럼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나, 혼자인 나.

 

반짝거리는 것을 손에 넣으려면 돈이 필요해.

그것들을 사고 나면 일순간이라도 나 역시 빛이 나.

그러면 비로소 너희들도 나를 바라보잖아.

그래야 내가 나로서 여기 있는 걸 알아 주잖아.

 

나도 알아.

그 빛은 너무나 순간적이고.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부어도

결코 완전한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하지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

이미 인생의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어떻게 해야 그 빛이 내 것이 돼?

어떻게 해야 반짝거리지 않아도 나를 봐줘?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의 함정들을 피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해.

 

이제 세상은 더 이상 함정을 숨기지도 않아.

가상의 세계에서는 온갖 화려함들이 넘쳐 나고

여차하면 나 혼자만 패배자 같은 생각이 들어.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더 많은 공백이 있는데

그 공백을 채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 소비야.

 

돈을 써서 그 공백을 채우는 거지.

 

하지만 그 공백은 내 안에 있는 것이므로

외부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사서 쳐 넣어도 절대 메꿔지지 않아.

 

순간적으로 틈을 메꿨다는 착각에 잠시 안도할 뿐이지.

 

만약 한 번이라도 그 공백을 돈으로 메꿔본 적이 있다면 그걸 뿌리치기란 더 어려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날.

상처 받은 나를 위해 전자기기를 사고

 

더 이상 아름답지 못해 또 무관심만 받은 날.

아름다움의 찬사를 얻기 위해 피부과를 가고

 

악세서리, 전자기기, 패션, 스포츠 카...

열거하자면 끝도 없지.

세상에 내 공백을 채워 줄 수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은 너무 많은 걸.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내 공백이 메꿔지지 않은 어떤 날.

 

우리는

제발 이 나선에서 빠져나가게 해 달라고...

그런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지도 몰라.

 

생각보다 약한 나,

생각보다 약한 그 모두들의 인생에

너무 큰 구멍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1~2)

종이달의 유코, 리카, 가즈키의 아내, 아키에 대응되는

아웃의 마사코, 요시에, 야요이, 구니코가 등장해.

종이달 보다는 훨씬 과격하게 터져 나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아웃이야.


 

이 영화는 어때?


요시다 다이하치의 종이달

종이달 원작 영화

먼다는 원작이 훨씬 좋긴 했어.


 

아웃

앞서서 먼다는 이런 극단을 치달은 이야기를 좋아해.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 소재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상황과 묘사가 일반적인 범주

dismal-pleasure.tistory.com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Her Wail Of Pain authr : 최용휘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is licensed under

CC BY

'소설 > 중국.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론리 하트 킬러  (0) 2023.01.15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0) 2022.12.19
악스  (0) 2022.09.21
금수  (0) 2022.05.03
퍼레이드  (0) 2022.02.09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