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서
통상적으로 신이현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건
숨어 있기 좋은 방일 거야.
그리고 그 이후로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일 테고.
하지만 먼다는 갈매기 호텔이 더 좋더라구.
완성도나 유려함 이런 걸 떠나서 그냥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이야.
그리고 혹시라도 재판 되어서 나온다면
이 소설은 원본 그대로였으면 하는 바램이있어.
바꾸고 싶은 부분이나 더 유려하게 고치고 싶더라도
사실 이 소설의 매력은 그 어설픔에 있다고 생각하거든.
내용
줄거리
렌트카 회사에서 잡일을 맡아 하던 열 아홉의 신정.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 둔다.
결혼 후에는 파리로 신혼여행을 갈 참이다.
모든 것들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별 볼일 없는 인생.
남편이 될 용태도 신정과 비슷한 인생.
삼수 끝에도 결국 대학엔 떨어지고
형님에게 인수 받은 낡은 호프집에서
춘자라는 여급 한 명을 두고 지루하지만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용태.
갑자기 모든 것들이 지긋지긋해진 신정은
결혼이고 뭐고 때려치고 파리로 간다.
그 곳에서 낡은 관광 숙소인 갈매기 호텔로 간다.
여자들 등이나 쳐 먹는 알제리에서 온 죠죠
박사과정을 밟는 일본인 남편에게
얻어 맞으며 사는 재한 일본인 히로미
쿠바에서 온 가르숑 빅토
박사과정에 실패한 듯 부유하는 수근
그리고 복자, 안나, 취춘 기타 등등.
그들은 그 별 볼일 없는 젊은 날을 어떻게 지나게 될까?
먼다는 신이현이 한참 젊어서 쓴 이야기를 좋아해.
사실 그 시절의 신이현의 소설의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문장이나 표현도 거친데다가
캐릭터들에 대한 몰입도도 낮은 편이라
읽다 보면 읭?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그래도 먼다는 그 시절의 신이현의 이야기들이 좋아.
설익은 듯한 과일의 맛이 나기도 하고
당시 한창 유명세를 탔던 순문학계의 소설들이
너무 폼을 잡고 무거워서 가볍고 혼란스러우면서도
많은 것들이 어설픈 소설의 주인공들이 좋았어.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무언가가 많이 결여되어 있거든.
사실 우리 대부분은 딱 그 정도로훌륭하지도 않고 생각도 없고 나쁘기도 하니까.
최근에 들어서 신이현도 나이를 먹고
과실이 익어 땅에 떨어져 씨앗을 남기듯
성숙도 하고 안정된 궤도에 진입도 했겠지.
(물론 그이의 사생활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어.
에세이를 포함한 그이의 글에 대한 이야기야.)
당연하게도 문장이나 전달하려는 내용은
소설이든 에세이든 20여년 전 보다 훨씬 세련되어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떫고 쌉쌀한 맛이 났던 그 시절의 신이현의 이야기가 더 좋았어.
갈매기 호텔에서 나오는 신정이야 말로정
말이지 이유 없이 적당히 나쁜년이지. ㅎㅎㅎ
대체 용태한테 왜 그러는 거야.
더워 죽겠는데 오리 배를 타자고 하질 않나.
자기가 정신 없게 굴어서 물에 빠져 놓고
수영 못하는 용태가 구하러 오지 않았다고 열받질 않나.
그리고 훌쩍 파리로 가서는 이 사람 저 사람 인생을 그냥 쿡쿡 찌르질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알 지 못하고
아니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지.
영원히 서른 살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스무살.
격정적인 미래를 꿈 꿔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멈춰선 것만 같은 내 시간들...
아무리 주변에 많은 상처를 주며 살아도
내가 받은 상처에 아파하기도 부족한 그 날들.
지나고 나면 그 방황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것은 지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
그 지랄?을 하고도 신정과 주변인들이
그럭저럭 살아나가게 된 것처럼
먼다도 그런 스무 살을 지나 이제는 그럭저럭 살아나가고 있어.
응. 이제는 먼다 역시 그 시절은 지나온 사람이지.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박민규의 카스테라
그 시절을 지나온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들.
단편집이고 각각 모두 위트가 넘쳐서
읽어볼만 할 해!
특히 먼다는 갑을 고시원을 너무너무 좋아해!
그거 보고 한동안 참치 캔을 못 먹었다니까 ㅋㅋㅋㅋ
이 영화는 어때?
퍼시 애들론의 바그다드 카페
1993년작
OST인 Calling You가 넘모넘모 유명한 영화야.
몽환적인 화면이 너무 좋고
보고 나면 잔잔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영화야.
갈매기 호텔에 젊은 날의 방황들이 모여들었나며
바그다드 카페에는 중년의 방황들이 모여들지 ㅋㅋㅋ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is licensed u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