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김언수의 뜨거운 피/ 문학동네

앞서서

이미 수년 전에 김언수는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재미없다면 귀싸대기 맞을 각오로 쓴다고...

 

이후 정말로 재밌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지.

귀싸대기 맞을 각오는 이제 안하셔도 될듯 ㅎㅎ

 

확실히 김언수는 순수 문학의 틀을 깨고

더 싶은 장르 문학쪽으로 들어오는 게 훨씬 좋았던 것 같아.

 

먼다는 너무너무 재밌게 봤어.

 


 

내용

줄거리


부산 변두리에 있는 작은 포구 구암.

해수욕장과 관광호텔인 만리장 하나로 여름 한철 반짝 버는 이 동네.

여름이 지나면 고춧가루 같은 자잘한 밀수나 술집, 도박으로나 벌어먹고 사는 이 동네.

해무가 일면 바닷가로부터 썩은 비린내가 진동하는 이 구질구질한 동네...

 

만리장의 주인이면서 구암의 실질적 주인 손영감.

그는 만리장의 지배인에게 궂은 일은 다 시키고 자신은 뒤에서 단물만 쪽쪽 빨며 군림한다.

그러나 이런 건 구암 뿐 아니다.

부산 영도도 다른 곳도 저럼 영감들은 있고

그 아래에서 피빨리는 지배인 겪이 또 존재한다.

 

만리장의 2대째 지배인인 희수.

10년째 손영감의 뒤만 닦아주며 살다가

성인 오락기 기계 사업을 하자는 1대 지배인 양동 밑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사업이 확장하게 되면서 

영도 쪽하고 완력 싸움은 전쟁으로 커지고

희수는 이리저리 휩쓸려 가는데...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문단 지배력? 같은 게 있었어.

그래서 구력이 있는 작가들이

장르 문학을 제대로 손 댄 게 많지가 않아.

 

이런 시류는 2010년대 들어서는 바뀌기 시작했지.

그래서 몇몇 구력 있는 작가들의 장르문학 걸작이 조금씩 나오긴 했어.

 

하지만... 이런 세상이 오기 전에

문단 쪽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서

작가들한테 판을 좀 깔아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문단은 제일 늦게 변화에 억지로 따라갔고

그 안에 걸출한 많은 작가들은 망해갔거든...

 

그것도 개인 편차라고 몰아붙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어쨌든 김언수는 살아남았고 그의 구력으로 써 낸

이 느와르 물은 진짜 엄청 재미쒀. +_+

 

최근에 영화가 개봉되어서 함께 얘기하자면 아무래도 쪼꼼 아쉽지.

 

책은 무려 600페이지나 되거든.

아무래도 정보량이 너무 막대하다보니까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 넣으려다보니 무리가 있었던 것 같아.

 

아무리 천명관이 조감독 출신이라도

이야기도 잘 쓰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오히려 욕심을 많이 부린 것 같아.

내용이 좋으니까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한 것 같거든.

 

6부작이나 10부작 드라마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나 천명관의 입봉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또 느와르라는 장르적 특성을 생각하면

꽤나 잘 뽑혔다고 생각해....

사실 이 이야기가 좋아서 먼다는 객관적 잣대를 잃은 것 같기도 해 ㅋㅋㅋ

 

이 소설에는 그냥 버릴 캐릭터가 없어.

손영감, 희수, 도다리, 철진, 천사장, 남회장, 단가, 마네, 아미, 용강, 대영, 달자...

아... 진짜 다 매력덩어리임.

 

이 소설에서 먼다가 제일 좋아하는 조연은 바둑이야!

혹시 책을 보게 된다면 바둑이에 주목해줘!

 

좋은 대사들도 많고 장르적 특성도 디게 잘 살렸어.

조폭의 삶이라는 게 진짜 멋대가리 하나도 없고

의리 같은 것도 없고 그냥... 그냥 생존 뿐이라는 걸 보여줘.

 

그런데 조폭이라는 걸 거둬내도 충분히 공감이 돼.

40대라는 나이 말이야.

책임져야 할 가장이라는 위치 말이지.

 

힘은 좆도 없고, 이제는 체력도 빵빵하지 않아서

더 이상 야망을 향해 달려갈 수도 없고

새로운 걸 꿈꾸며 도전하기에도 늦었고

그렇다고 포기하고 널브러지기에는 이르고

그런데 양 어깨에 짊어진 짐은 존나게 많고...

 

삶이... 왜 이리 무겁냐...

 

우리가 40대 정도 되면 

그런데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다면

그건 적당히 비겁하게 살았다는 얘기거든.

아니고 싶은데, 아닐 수가 없어.

 

나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서

진짜 힘들게 살았는데

살아남았다는 건 이미 손에 피를 묻혔다는 거야.

 

삶이 진짜... 왜 이리 엿같은지...

 

그러니 지 배 불리겠다고 피 묻힌 놈들을

손가락질 할 수도 없는 우리의 삶은 얼마나 비루해.

 

그렇지만 산다는 건 그렇지.

살아남는다는 건, 먹고 살만하다는 건

원래 그렇게 비루하고 처절한 것임을...

 

우리도 희수처럼 그렇게 살아남은 것임을...


"세상에 좋은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는 힘이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리거든.

아버지는 좆도 힘이 하나도 없는데."

p576 철진의 대사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정유정의 7년의 밤

내용상이 접점은 없지만

2010년대의 국내 장르 문학에서 

7년의 밤을 빼 놓고는 얘기할 수 없지.

이 소설도 진짜 넘모 넘모 재밌어!

구력 있는 작가들이 계속 깊이 있는 장르 소설을 써줬으면 좋게쒀 >_<!


이 영화는 어때?


천명관의 뜨거운 피

먼다도 이 영화가 약간 아쉽다고는 생각해.

하지만 원작도 잘 살렸고 볼만은 했어.

느와르라는 장르적으로는 충실해 보이고.

사실 객관적 판단은 못하겠어.

그냥 다들 봐줬으면 좋겠어 ㅋㅋㅋ

원작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봐.

 

여담으로 정우 목소리는 넘모 좋더라.

최무성의 연기도 넘모 좋아쒀!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Blackout authr : 김성원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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