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보낸다

장정일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미학사

앞서서

먼다는 장정일의 글을 좋아하는데

계기가 된 시점을 기억해.

기형도의 산문집에서 괴물 소년이라고 언급된 걸 봤을 때부터였어. ㅎㅎㅎ

그리고 먼다가 좋아하는 장정일의 글은

소설이 아니고 시와 산문이야.

가장 파격적이라고 알려진

내게 거짓말을 해 봐 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라카미 류의 냄새가 너무 나서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

(주제는 다른데 전달 수단이 비슷한 느낌이야.) 

 

어쨌건 장정일의 소설 중에서는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가장 좋아해서 소개하려구!


내용

줄거리


꿈에서 본 내용을 소설로 써서 등단한 나.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표절 시비에 휘말려 등단이 취소된다.

결국 나는 <색안경>이 제시하는 이상한 일,

일종의 도색 소설을 써 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 가려 한다.

 

그러던 중 여공이었던,

끝내주는 몸매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바지입은 여자>가 나를 찾아와 같은 꿈을 꾸었다며 나의 부당함을 이해해준다.

그리고는 내가 새로운 소설을 완성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내조?를 해주려 한다.

(사실은 조련을 당하는 것 같다;;)

한편 고등학생 시절 나 보다 더

소설가에 어울릴 친구 <은행원>은 생계를 위해

그야 말로 숫자로 명확하게 떨어진 수정궁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나 보다 정신적으로는 더 쇠락해진 상태다.

 

과연 나는 새로운 소설로 재기 할 수 있을까?

<바지 입은 여자>는 치마 입은 여자가 될 수 있을까?

<은행원>은 은행과 가족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상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장정일이 쓴 시인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을 소설화 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 두 편의 시가 소설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입이도 잘 되는 것 같아.

 

 

먼다는  장정일의 소설보다는 시가 낫다고 생각해.

상징과 은유, 적당한 규격, 심지어 위트까지 갖췄거든.

하지만 이 재능을 소설을 쓸 때 상용하게 되면

각 문단, 심지어는 문장 마다도 상징이 넘치고

너무 많은 지식의 파편들을 재구성해서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가끔은 음료수 없이 떡을 먹는 기분이 들기도 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다는 이 이야기를 좋아해.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의

먼다가 이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성기가 점점 커져서 자신의 성기를 받아줄 반쪽을 찾아

우주를 헤매는 그 외로운 친구 이야기를 보고는 눈물이 핑 돌기까지 했어.

 

다소 거칠고 어찌보면 조금 유치한 그 이야기를 보고

자신을 이해하는 누군가를 찾는 일이라는 건

저 넓은 우주를 외롭게 맴맴 도는 것과 같구나.

그 외로움을 이길 자신이 없으면이해 받는 걸 포기해야 한다 고 까지 생각했었어. ㅎㅎㅎ

 

아, 표절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좀 있어.

사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 미술계는

작가의 의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이미 의도를 인정받은 유명 작가라면

트위터 사진을 가져다 제목만 붙여도 수억을 받는다구.

여기에 저작권료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없어.

 

왜냐. 

원본에는 저작권료를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없거든.

그 작품에 수억원의  값어치가 생긴 건

원본의 사진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그 유명 화가의 네임밸류 때문이니까.

 

하지만 문학에서는 문장과 단어, 소재, 그 하나하나의 유사성이 매우 중요해.

 

이것 자체를 비판하려고 하거나

표절 좀 하면 어때!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야.

 

솔직히 먼다도 20년 전, 아니 10년 전만해도

음악이든, 문학이든 뭐든간에

표절은 원작자와 피, 땀, 눈물을 훔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모든 정보나 창작물들은

폭이 너무 넓고 휘발성은 너무 강해.

우리는 너무 많고 얕은 이미지에 파묻혀 산다고.

 

이런상황에서 오리지널리티가 과연 최고의 가치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이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완벽하게 새로운 문장을 

창조할 수 있는 건 AI 뿐일지도 몰라.

그 때가 되면 인류는 소비자로 리뷰만 할 수 있겠지.

 

그래서 가급적 레퍼런스를 밝히는 방향으로 가되

문학 역시 작가의 의도가 중요한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림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어떤 컨텐츠는 부분보다는 맥락으로 이해해야 되니까.

물론. 이것도 먼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여튼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이야기를

딱! 보여줄 수 있는 장정일 시 두 편을 소개하면서이 리뷰는 마치려고 해....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네 ㅋㅋㅋ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햄버거에 대한 명상 

                       -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

옛날에 나는 금이나 꿈에 대하여 명상했다
아주 단단하거나 투명한 무엇들에 대하여
그러나 나는 이제 물렁물렁한 것들에 대하여도 명상하련다

오늘 내가 해 보일 명상은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나 손쉽게, 많은 재료를 들이지 않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명상
그러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이 듬뿍 든 명상
어쩌자고 우리가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 가운데서
빠질 수 있겠는가?
자, 나와 함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먼저 필요한 재료를 가르쳐 주겠다. 준비물은

햄버거 빵 2
버터 1½큰 술
쇠고기 150g
돼지고기 100g
양파 1½
달걀 2
빵가루 2 컵
소금 2 작은 술
후춧가루 ¼작은 술
상추 4 잎
오이 1
마요네즈소스 약간
브라운소스 ¼컵

위의 재료들은 힘들이지 않고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믿을 만한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슈퍼에 가면
모든 것이 위생비닐 속에 안전히 담겨 있다. 슈퍼를 이용하라―

먼저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곱게 다진다.
이 때 잡념을 떨쳐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 명상의 첫단계는
이 명상을 행하는 이로 하여금 좀더 훌륭한 명상이 되도록
매우 주의깊게 순서가 만들어졌는데
이 첫단계에서 잡념을 떨치지 못하면 손가락이 날카로운 칼에
잘려, 명상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장치되어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곱게 다졌으면,
이번에는 양파 1개를 곱게 다져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넣고
노릇노릇할 때까지 볶아 식혀 놓는다.
소리내며 튀는 기름과 기분 좋은 양파 향기는
가벼운 흥분으로 당신의 맥박을 빠르게 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이 명상에 흥미를 느낀다는 뜻이기도 한데
흥미가 없으면 명상이 행해질 리 만무하고
흥미가 없으면 세계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끝난 다음,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 빵가루, 달걀, 볶은 양파,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골고루 반죽이 되도록 손으로 치댄다.
얼마나 신나는 명상인가. 잠자리에서 상대방의 그곳을 만지는 일만큼
우리의 촉각을 행복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순간은,
곧 이 순간,
음식물을 손가락으로 버무리는 때가 아니던가

반죽이, 충분히 끈기가 날 정도로 되면
4개로 나누어 둥글납작하게 빚어 속까지 익힌다.
이때 명상도 따라 익는데,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반죽된 고기를 올려놓고 1분이 지나면 뒤집어서 다시 1분 간을 지져
겉면만 살짝 익힌 다음 불을 약하게 하여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 가스레인지가 필요하다― 뚜껑을 덮고 은근한 불에서
중심까지 완전히 익힌다. 이때
당신 머리 속에는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명상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머리의 외피가 아니라 머리 중심에, 가득히!

그런 다음,
반쪽 남은 양파는 고리 모양으로
오이는 엇비슷하게 썰고
상추는 깨끗이 씻어놓는데
이런 잔손질마저도
이 명상이 머리 속에서만 이루고 마는 것이 아니라
명상도 하나의 훌륭한 노동임을 보여준다.

그 일이 잘 끝나면,
빵을 반으로 칼집을 넣어 벌려 버터를 바르고
상추를 깔아 마요네즈 소스를 바른다. 이때 이 바른다는 행위는
혹시라도 다시 생길지 모르는 잡념이 내부로 틈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므로 버터와 마요네즈를 한꺼번에 처바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씩, 스며들도록 바른다.

그것이 끝나면,
고기를 넣고 브라운 소스를 알맞게 끼얹어 양파, 오이를 끼운다.
이렇게 해서 명상이 끝난다.

이 얼마나 유익한 명상인가?
까다롭고 주의사항이 많은 명상 끝에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졌다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은행원>은

지하로부터의 수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

(수정궁, 수정궁 어찌나 노래를 부르는지)

 

종국에 이르러서 <은행원>인 조사명이

자유의지로 2 x 2의 세계에서 벗어난 듯도 하고

<은행원> 역사의 종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


이 영화는 어때?


볼프강 베프의 굿바이 레닌

2003년작

너에게 나를 보낸다 보다 훨씬 유쾌하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와 그 사이에서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들을 잘 그려낸 영화야.

물론 너에게~ 보다 10여년 가까이 뒤에 나온 영화나까

더 세련되기도 했겠지만 하여간 참 좋은 영화야!

 

동독의 열혈 공산당원이었던 아픈 어머니가

통일이 된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을까 봐

통일이 안 된 것처럼 꾸미는 아들의 이야기야.

블랙 코미디인데 정말정말 재밌어..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Sax appeal authr : 김홍래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is licensed 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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