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의 타이탄의 세이렌/ 문학동네

앞서서 

정말 여러가지로 놀라운 소설이야.

이 책은 1959년에 출판됐어.

60년도 전에 출판됐다는 얘기야.

(0_o 으어어어!)

 

1990년대에 쓰여졌다고 해도 놀랍게 느껴질텐데.

 

일단 내용적으로도 훌륭하고

읽고 나면 정말로 할 말이 많은 재밌는 소설이라고 생각해.

 

각종 SF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진짜 강추하는 소설이야.


내용

줄거리


우주여행 중 특정 지역을 지나게 되면서

우주 전체에 파동 형태로 존재하게 된 윈스턴 나일스 럼포드.

이 때문에 그는 각 행성에 파동이 맞을 때만 물질화 된다.

단,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만은 계속 물질화 할 수 있다.

 

여기서 그는 외계인 살로를 만나게 된다.

살로는 트라팔마도어에서 온 기계생명체로

어떤 메세지를 다른 은하로 보내던 중 우주선 고장으로 타이탄에 불시착했다.

 

이 과정에서 윈스턴은 미래를 보게 되고

지구의 인류가 이 외계인 종족들의 임무에 이용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살로가 다시 메세지를 옮길 수 있도록

우주선의 망가진 부품을 전달하기 위해서

인류의 자유의지에 개입해 이런저런 장난질을 하고 있다는 것.

 

윈스턴은 인류에게 자유의지를 되찾아주기 위해

인류의 역사에 개입하게 된다.

...자유의지를 찾아주기 위해 자유의지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이용된 사람들 중에는

윈스턴의 아내인 비어트리스와 

한 때 지구에서 제일 잘나가는 부자 맬러카이가 포함되어 있다.

 

자,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자유의지를 잃은 맬러카이의 삶이 시작된다.

그는 지구에서 화성, 수성, 다시 지구 그리고 타이탄으로...

어떻게 살로의 우주선을 고치게 될까?

비극적이지만 우스꽝스러운 그의 삶이

시작되고 이어지고 끝이 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소설이라 뭐 부터 얘기해야 될지도 모르겠네 ㅎㅎㅎ.


 

1. 윈스턴은 닥터 맨하탄을 낳고.

 

일단 왓치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볼게.

먼다는 히어로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왓치맨은 정말 좋아했거든.

(물론 왓치맨이 히어로물이냐고 한다면... 음...)

 

그 중에서도 특히 닥터 맨하탄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어.

뭐랄까... 세상에 통달한 졸라 똑똑한 변태의 병맛을 보여준달까?

 

왓치맨을 타이탄의 세이렌보다 훨씬 먼저 봤고.

이 소설에 영향을 받은 것도 몰랐어.

 

그런데 맨하탄의 오리지널이 윈스턴이었던 거야!

으아아! 어찌나 반갑던지.

 

사실 이 소설이 처음 읽으면

이게 뭔소리임? 어쩌라는 거임?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커트 보니것이 이해시키듯, 부연하듯 하는 설명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 설명들이 있으면 재미를 반감시킬테고.

 

아무튼 그래서 소설 진입부에서 

이거 진짜 못해먹겠네 하고 포기하게 된다면

왓치맨을 먼저 보고 보는 것도 추천해.

 

아무튼 그래서 엄청 반가웠다는 점!

 


2. 양자역학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

윈스턴 아일스 럼포드와 그의 개 카작은 파동현상으로서,
태양과 베텔게우스 사이의 뒤틀린 소용돌이를 따라 맥동한다.
천체가 그 소용돌이에 간섭할 때 마다 럼포드와 그의 개는 그 천체에서 물질화한다.
p346

1959년이면 양자역학이 대중화 되기 훨씬 전이야.

작가가 생화학을 전공했다니까 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놀라운 건 놀라워.

요즘 누군가가 저런 개념을 소설화 했다면

아... 양자역학에서 모티브를 얻었겠구나 하겠지만 1959년인 걸!

 

또 리차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쓴건 70년대야.

물론 개념이야 이전부터 있었고

그 개념 자체가 도킨스의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의 자유의지가 사실은 자유의지가 아닐 수 있다.

이 개념이 컨텐츠에서 쓰이기 시작한 건 이기적 유전자 때문이지.

 

타이탄의 세이렌에서도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간의 자유의지거든.

출판 년도를 몰랐을 때는

아... 이기적 유전자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

하지만 이 소설은 1959년 출판작이라구.

 

비단 왓치맨 뿐만이 아니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여행이나

당신 인생의 이야기나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외계인 외형 등

정말 많은 것들이 생각나.

 

물론 그 모든 소설들이

이 소설에 영향을 받았다고 확언할 순 없겠지만...

굉장히 앞서갔다는 점만은 확실한 것 같아.

 


3. 그리고 타이탄

대체 천문학은 언제부터 얼마나 발전한거지? 

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어.

 

윈스턴과 살로가 사는 곳은 타이탄이야.

화성도 아니고 저 먼 곳에 있는 토성의 위성이라구.

물론 그 안에 생명체가 사는 건 허구겠지만

타이탄에는 대기가 있고 물이 존재해.

(무, 물론 지구의 물과는 다르지만)

그리고 무려 물이 순환을 한다구!

 

태양계에 물이 존재하고 물이 순환하는 행성은 거의 없어.

먼다가 지식이 짧아서;;;

먼다는 태양계의 그런 행성(위성 포함)을 타이탄 밖에 몰라.

 

그런데 1959년 커트 보니것은 타이탄을 선택했다구!

그도 천문학자는 아니잖아!

그 때는 인터넷도 없었어....

그저 놀랍고 놀라울 따름이야.


4. 그리고 이야기.

커트 보니것의 소설들을 여럿 읽으면서

20대의 커트 주니어를 자꾸 생각하게 됐어.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몰랐던 순순한 스무살의 청년.

반전주의자이고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믿는 청년.

 

징집되었어도 정찰병이니까,

나는 한 사람도 총으로 쏘지 않았어.

라고 어떻게든 자신의 신념을 보호해 보려고 했던 사람.

 

그러다 포로가 되고

끔찍한 참상들을 보게 되고

자신의 신념이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운 때문에 고기창고에서 커다란 폭격을 피했던 사람.

 

전쟁에서 살아남으면서

누구도 죽이지는 않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던 사람.

 

이런 신념을 가지고 

운으로 모든 것을 피해 살아남은 것이

부끄럽고 두려웠던 사람.

 

나도 똑같은 놈은 아닐까?

하는 질문으로 평생 괴로웠을 사람.

 

사회로 복귀해서 문득 행복할 때 마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나?

나는 살아도 되는 걸까?

대체 내가 뭐라고 살아남았나?

따위의 의문을 갖게 되는 순간들...

 

이 소설에서 맬러카이 럼포드가 그래.

맬러카이는 결코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하지만 그가 그 고난을 겪은 건 나쁜 행동의 벌이 아니야.

인과와 상관없이 그냥 뽑기인 거지.

 

그러나 자유 의지가 아니었음에도

그는 고통 받았고, 반성했고, 책임지려 했어.

 

그리고... 구원을 원했지.

그 구원이 환상이었다고 해도

그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5.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지만

이미 너무 길게 써서...

 

이 소설을 보고 나서 말이야.

뜬금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냥 문득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내 인생에 끝에서

먼다도 맬러카이처럼 일종의 구원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어.

 

먼다 역시 인생의 흠결이 정말 많겠지만

그래도 끝에서는

수고했어, 너는 잘 해낸 편이야.

라고...

 

맬러카이처럼, 보애즈처럼...

그런 구원을 바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앨런 무어의 왓치맨

그래픽 노블이어서 타이탄의 세이렌보다는

진입장벽이 좀 낮을 것 같아.

물론 내용자체는 다르지만

주제의식이나 설정들이 유사한 게 많아.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까.

그래서 이 소설이 조금 난해하다면

왓치맨을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영화는 어때?


덩컨 존스의 더 문

이야기의 스케일 자체는 훨씬 작지만

정말 재밌고 잘만들어진 SF영화야.

소자본이라는 점에서도 놀랍지.

 

안드로이드나 AI를 다루는 이야기에서는

자유의지라는 주제를 피해갈 수 없잖아.

이 영화에서도 그런 주제를 다루고 있어.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미래를 잘 예측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예정되어 있는 미래고

상당히 많은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살아내고 있다고.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은

사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와는 상관 없다는 생각도 했어....

 

그냥 나는 여기에 있어.시간과 시간 사이 어떤 지점들에서.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Summer night authr : 김홍래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is licensed 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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