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나이트
- 저자별 소설/커트 보니것
- 2023. 4. 9.
앞서서
커트 보니것의 소설이야 뭐든 재미있어서
아무거나 뽑아서 봐도 좋지만
그중에서도 마더 나이트는 정말 재밌어!
개인적으로는 제일 유명한 제5도살장 보다 더 좋아~
늘 그렇듯 그의 시니컬한 유머는 탁월하지.
그러면서도 다 보고나면 아주 묵직한 슬픔이 베어나와.
보면서 박완서의 소설들이 많이 생각났어.
전후에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야.
일본에 부역했던 사람들 중에서
아주 낮은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
그러니까 동네 면서기나 토박이 지주들.
그들 중 일부는 아주 악날했지만
또 일부는 눈치를 보면서 동네 사람들을 보호하기도 했거든.
하지만 일제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악의 깊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부수고 끌어냈지.
물론 진짜배기 악인들은 보이지도 않았고.
그러니 10짜리 악이나 100짜리 악이나
그 깊이는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몰라.
박완서가 말하듯, 커트 보니것이 말하듯...
악을 대할 때 중요한 것은 인지와 자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용
줄거리
나는 미국 출신의 하워드 W. 캠벨 주니어.
나는 지금 이스라엘 감옥에서 전범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친독 선동꾼이었거든.
원래는 희곡작가였어.
독일에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
하지만 어쩌다 보니 노골적인 선전물을 만들게 되었지.
괴벨스가 내 선동물들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솔직히 난 내 선동물이 별로였어.
당연한 거 아니야? 원래 작가였다니까!
어쨌든...
내 선동물들이 워낙 영향력이 커서
굉장히 악명 높은 전범이 됐지.
그 전에 아내도 실종되었고...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도망쳐서 숨어 살았어.
나같은 전범이 어떻게 도망쳤냐고?
사실 나는 미국의 스파이이기도 했거든.
미국에서 빼줬어.
하지만 결국 이렇게 감옥에서 고백록을 쓰고 있지.
미국 스파이였다고 해도 선동한 건 사실이니까.
...해도 어지간히 했어야 말이지.
남들이 그렇게 말해서 그런 게 아니고
내가 봐도 정말 그래.
바로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커트 보니것의 문장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챕터도 짧게 나눠진 편이라 읽는 것도 쉬어.
그런데도 초반에는 묘하게 진도가 안 나가는 경향이 있어.
마더 나이트 뿐 아니라 다른 소설들도.
아마도 서사를 중요시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
익숙한 흐름이 아닌데다가 시제가 자유분방하거든.
하지만 중반부까지 도달하면
그 때부터는 뒷 얘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집중하게 된다니까 ㅎㅎ
주인공의 하워드는 가상 인물이지만
실제로 저런 선동자료들을 제작하고
전범으로 사형당한 율리우스 슈트라이허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디게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해.
이 책에서 가장 난해했던 부분은 제목인 마더 나이트였어.
먼다는 저자의 서문이나 편집자의 글,
서평 같은 것들은 소설을 읽기 전에 잘 보지 않거든?
그런데 이 책에 있는 편집자의 글은 소설의 일부였던 것이야 -_-;;;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야 겨우 의미를 알았지 뭐야.
어쨌거나 마더 나이트는
파우스트에 나오는 메피스토의 대사에서 가져온 거래.
요것은 한글보다 영문으로 봐야 어디에 마더 나이트가 나오는지 알 수 있어.
Mephistopheles.
A modest truth do I declare.
A man, the microcosmic fool, down in his soul
Is wont to think himself a whole,
But I'm part of the Part which at the first was all,
Part of the Darkness that gave birth to Light,
The haughty Light that now with Mother Night
Disputes her ancient rank and space withal,
And yet 'twill not succeed, since, strive as strive it may,
Fettered to bodies will Light stay.
It streams from bodies, it makes bodies fair,
A body hinders it upon its way,
And so, I hope, it has not long to stay
And will with bodies their destruction share.
그러니가 마더 나이트는 그 자체로 어떤 명사였던 거였어.
빛을 낳은 암흑(의 여신 이랄까?)인 거지.
악을 행하고 인지하지 못하면
빛은... 낳을 수 없을 거야.
마더 나이트에서 하워드는 아이히만과 자신을 비교해.
하워드 기준에서 아이히만은 악일 수 없었어.
왜냐... 그는 자각하지 못하거든.
하지만 하워드는 언제나 자각하고 있었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뭘 선동하고 있는지.
자신이 한 일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자신이 누구를 위해 일했는지 말이야.
물론 그 역시 변명할 말은 얼마든지 있었어.
아마 남들이면 보다 적극적으로 방어했겠지.
난 미국 스파이였다.
미국에게 정보를 넘겨 주려면
독일에게 보다 깊은 신뢰를 얻어야 했다.
나 외에 대부분의 스파이는 거의 다 죽었다.
나는 살기 위해 그랬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하워드는 자각하고 말았어.
자신이 한 일들의 파급과 결과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세상엔 얼마든지 있다는 것도 알지.
용서 받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지와 자각의 과정을 거치면 그렇게는 살 수 없어.
그러니 그 상태에서 용서 받는 일이 요원하면... 살 수가 없는 거지.
여러가지 소설과 영화가 생각나고
할 이야기도 참 많은 좋은 소설이었던 것 같아!
아! 여담인데 서정주가 떠오르기도 했어.
이 소설에 의하면 그는 하워드 같은 사람이 아니라
아이히만 같은 사람이었겠지만...
어느 블로거의 시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시를 한 편 첨부할게~
구원
순결한 자만이 불결한 꿈을 꿀 수 있다.
밤이면 밤마다
온갖 음란한 꿈들을 배게 맡에 몰아넣고,
온갖 죄들을 행하며 ,
꿈속의 불결함속에서 미소짖는다.
순결한 자는 매 순간 꿈을 꾸며 죄를 짓고,
꿈에서 깨는 순간.
자신의 죄를 속죄하며 울부짖는다.
불결한 자에게는 구원이 필요 없다.
그들은 불결한 꿈을 꾸지 않아,
죄 짓지 않고,
불결한 행위가 불결한 지 몰라
속죄가 필요 없다.
온갖 음탕함의 깨달음은
불결하지 않은자만이 안고 있어.
오늘도 순결한자들은
속죄의 울부짖음 속에서 구원을 바란다.
얼마나 많은 꿈을 꾸어야.
이 순결함을 버리고 구원 받을 것이냐,
꿈은 끝나지 않는다.
출처 : https://blog.naver.com/realnocturne/30086431266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박완서의 미망
하워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삼촌과 조카가 나누는 대사가
마더 나이트에서 전달하려는 내용과 오버랩이 자꾸 되더라구.
두 권짜리 책이긴 하지만 흥미진진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거야!
이 영화는 어때?
김지운의 밀정
소재는 같고 주제는 다른 거 같아.
그래도 처음에 하워드가 미국 스파이라고 했을 때
엇! 이거슨 밀정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 뭐야 ㅎㅎㅎ
어쩌면 전시나 혹은 냉전시대까지도
저런 밀정들이 많지 않았을까?
패전국들의 밀정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스파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살 게 될까?
(앗... 그거슨 신세계의 이정재인가? -0-)
미망
앞서서 일제 시대부터 한국 전쟁까지 4~5대에 이르는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야. 사실 최근 판본으로 만든다면두 권으로는 택도 없을 것 같아. 정말 빽빽하게 텍스트로 가득찼다고 생각하면 될 거
dismal-pleasure.tistory.com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is licensed under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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