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와 수잔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 오픈하우스

앞서서

개인적으로는 진짜 엄청 재밌게 읽었어.

내부에 있는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소설도 좋았구.


영화도 좋긴 했거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영화와 소설이

거의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몇몇 개의 사건을 제외하고는

내부의 소설 이야기도

바깥 고리의 수잔의 이야기도

각각 다루는 모양과 깊이, 넓이가 다 다르거든.

 

둘다 좋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 완승이라고 생각해.

 

...

어, 어쩌면 영화 속 수잔이 너무 삐까 뻔쩍해서

이입이 잘 안 되는 걸지도... -_-;;;


내용

줄거리


수잔에게 25년만에 전 남편인 에드워드로 부터 원고가 도착한다.

자신의 소설에 빠진 부분을 꼭 알려달라며...

 

오래 전 수잔은 에드워드가

작가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었다.

내키진 않았지만 곧 수잔을 만나러 온다고 하는 에드워드.

그리고 때마침 의사인 남편의 출장.

 

수잔은 반갑지 않은 마음으로 에드워드의 원고를 읽는다.

그 원고의 제목은 녹터널 애니멀스.

읽다보니 너무 흥미미진한 것!

 

녹터널 애니멀스의 내용은

고속도로에서 시비가 털린 토니라는 수학과 교수의 가족 이야기.

토니는 외진 곳에서 양아치들에게 걸려

와이프와 딸이 몹쓸 짓을 당하고 살해 된다.

토니는 분노하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일상 생활을 이어가려는 그는

어느 쪽에서나 우유부단하고 비겁하다.

 

결국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일을 청산하려는 토니.

하지만 처음부터 부적절한 자신의 처신을

일단락 하기 위해서는 큰 대가가 필요한데...

 

소설을 다 읽고 난 수잔은

에드워드의 성장한 필력이 놀라면서

토니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바람 피우는 남편과 평범한 아이들.

사회적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자신.

그리고 과거로부터 자신에게 훅 다가온 에드워드.

 

수잔은 그와 만날 기대에 부풀어

소설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제대로 준비하는데...


먼다의 경우에는 이 소설을
전 배우자의 복수극이라기 보다는
창작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쪽으로 봤어.


소설이란 어떻게 쓰여지는가,
작가는 독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독자는 소설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발견하는가
이런 이야기들 말이야.

 

뭐 해석이야 각기 다를 수 있는 거니까.
좌우지당간 굉장히 잘 읽히는 재밌는 소설이라고 생각해!

 

 

만약 먼다가 이 책의 제목을 붙인다면
토니와 수잔과 나일 것 같아. ㅎㅎ
토니와 수잔의 그 이중적인 모습에서
먼다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발견했는지 몰라.

이를테면 이런 거야.
내가 어떤 근사한 사람과 첫 데이트 중에
다소 한적한 거리에서 사고가 났어.
척 봐도 좀 후져 보이는 차에서
어쩐지 후줄근한 사람이 내려서 우리 쪽으로 온단 말이야.


마음 속에서는 저 사람 좀 위험해 보이는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 내가 사람을 외관만 보고 판단하는
저열한 인간이라는 걸 데이트 상대한테 보여주기 싫은데?
라는 생각도 들 것 같다는 말이지.

그런 상황에서 먼다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왜 이런게 고민이 됐냐면
토니가 그랬던 것 처럼
먼다 역시 스스로를 대단히 상식적이고
편협하지 않은 지성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거든.
아...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이걸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몹시 부끄럽네 -_-;;;

요런 생각을 하면서 보니까
토니나 수잔이 느끼는 수치심에 너무 심하게 공감이 되는거야.
으앜!

수잔은 제이크와도 에드워드와도 환승 이별의 형태로 헤어졌어.

물론 상대도 썩 훌륭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승이별했다는 사실이 달라지진 않아.

그 때 마다 수잔은 상대의 문제를 열거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했어.

 

꼭 연애 문제가 아니라도 말이야.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이걸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어.

내가 이럴 수 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잖아.


...먼다라고 크게 다른 인간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녹터널 애니멀스 속의 토니는
수잔의 모습만 투영된 것이 아니라
먼다의 모습도 투영이 돼 있더란 말이지.

 

우리가 어떤 소설 속에 이입하게 될 때

그 과정이 수잔하고 비슷한 것 같지 않아?

꼭 리얼한 세계관이 아니더라도 말이야.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에 고, 골룸 같은?)

 

그러니까 창작물 속의 인물이

반드시 어떤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아닌데도

어? 이거 내 얘기 하는 것 같은데?

뭐, 이런 생각 종종 하잖아.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다른 위치에 있는 인물인데도 말이야.

 

수잔이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면서

음... 이거 내 얘기로구만!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에드워드가 보낸 원고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이야기로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거든.

 

이게 작가가 어떤 인물을 소설화 하는 과정인 것 같았어.

 

수잔이 에드워드에게

작가 자신의 이야기 말고 다른 걸 써 보라고 하자

에드워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안 쓰는 작가가 있냐고 되묻잖아.

 

현실에서도 소설가에게 이런 질문 많이 하거든.

작가가 자신의 경험이나 사유를
소설에 반영하는 것이 좋은 글쓰기인가? 하고.

 

그 외에도 좀 불경스러운? 사건이 들어가 있으면

이거 혹시 작가님 경험인가요?

이거 혹시 작가님 의견인가요?

하기도 하고 말이지.

 

작가가 현실이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에 녹여 낸다는 건
에드워드의 소설처럼 1:1로 매칭되는 게 아니라는 것 같아.


마치 소설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것 처럼

수잔의 묘사가 어떻게 토니의 묘사로 바뀌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리고 작가는 독자 없이는 절대 존재할 수 없잖아.

하지만 독자의 반응에 너무 흔들려서도 안 된다는 것.

 

이렇게 보니 마치 소설쓰는 작법을 설명하는 책 같네 ㅋㅋ;

 

이런 개인적인 이입을 떠나서

소설 안팎으로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였어.

 

여담으로 에드워드 복수 말이야.

글쎄 그건... 뭐랄까 이루어질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토니에게

당신이 원하는 복수가 뭐냐고 묻는 대목이 있거든.

토니는 놈들이 자신 때문에 고통 받는 걸 인지하면서 고통받길 원했어.

그러자 상대방이 그건 불가능하다라는 걸 당신도 알죠? 라고 했지.

 

에드워드가 원하는 복수는 불가능할 거야.

결국 수잔의 고통은 에드워드 때문이 아닌 것 처럼 말이야.

 

수잔은 한권의 책이 자신을 바꿨다고 말하지만

사실 수잔은 바뀌지 않았어.

에드워드의 소설로 인해

신의 누군인지 자각했을 뿐이지.

 

아... 진짜 간만에 훅 몰입해서 읽었네.재밌었어!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이언 매큐언의 속죄

현실에 벌어진 어떤 사건이 소설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이야기!

엄청난 두께인데도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소설이야.

그러고보니 작가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소설 쓰기에 대한 소설을 내는 것 같기도 하네 ㅎㅎ


이 영화는 어때?


톰 포드의 녹터널 애니멀스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

다만... 소설에 비하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너무 협소해서 아쉽긴 해.

 

현실과 이상을 저울질한

이기적인 사랑의 대가만을

얘기하는 건 정말 많이 아쉽거든.

소설 속의 소설에서도

토니의 일상이 엄청 중요한데 영화에선 빠져있어.

 

하기사... 토니와 수잔은 소설이라서 가능한 내용이라.

어쨌든 영화도 재밌었어!


 

 

속죄

앞서서 전통적인 소설 쓰기의 정석같은 느낌이 드는 이야기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세 개나 있고 병적일 정도로 세세한 묘사들, 거시적인 세계와 미시적인 세계의 절묘한 교차, 소설과 작가가

dismal-pleasure.tistory.com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Miserable(미저러블) authr : 김재영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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