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저자별 소설/박완서
- 2022. 5. 13.
앞서서
이 책은 그 많던 싱아~ 의 후속작이야.
나목의 배경이 되었던 시기와도 일치하지.
개인적으로는 그 많던 싱아~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스무 살 시절의 기억이 담긴 이 책이 훨씬 더 절절했어.
책을 읽는 도중 몇 번이나 울컥했어.
내용
줄거리
의용군으로 차출되었다가 돌아온 오빠는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오빠는 어이없는 총기 오발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된다.
한 때 공산주의자였다가 보도연맹으로 전향한 오빠.
어떻게든 피난민의 행렬에 껴서
빨갱이 딱지를 벗어나려 하지만 부상으로 가지 못한다.
인민군과 국군이 번갈아 서울을 점령하는 동안...
왼쪽, 오른쪽의 선택이 신념이 아니라
오직 생존을 위해 외줄을 타야 하는 완서의 식구들.
잔인한 이 내전에서
살기 위해 비루하고 비루하게...
그러나 끝내 살아남야 했던 가족들의 이야기.
가끔... 남녀가 유치한 싸움을 할 때 말이야.
이상한 예를 드는 경우를 종종 봐.
전쟁이 나면 직접 싸워야 되는 남자가
전쟁이 나면 유린 당하기 쉬운 여자가
더 큰 피해자다. 뭐 이런식 말이야.
...모두 살기 힘드니 그러는 것이겠니 싶다가도
어떻게 감히 전쟁을 예로 들 수 있을까 몸서리쳐질 때가 있어.
전쟁이라는 그 끔찍한 사건 속에서
앞에 나가 죽어가는 사람들이나
그 사람들을 빈자리를 목숨 걸고 메워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전쟁의 냄새 조차 맡지 못한 우리 세대가
감히 어떻게 그걸... 본인들의 자존감을,
본인들의 존재감을 표현하기 위해 예로 드는지...
대다수의 평범 사람들의
신념이나 이델올로기라는 건 아주 얄팍하잖아.
그것이 엄청나고 대단하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생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아.
모두가 찬란한 독립운동가일 수 없고
또한 모두가 악독한 매국노일 수도 없어.
모두가 거룩한 전쟁영웅일 수 없고
또한 모두가 비겁한 배신자일 수도 없어.
그런데 우리가 뭐라고...
감히 뭐라고...
그 사람들을 저울에 올려 놓고 조금만 기울면
너는 빨갱이, 너는 국방군 악질 반동이니...
미군이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야.
어떤 식으로든 미군에게 빌붙어서 사는 수많은 사람들.
PX에서 일하는 완서 역시
그걸 인정하면서도 그들에 몸을 팔 거나
그들의 물건을 훔쳐내는 사람들 처럼
더 비루하고 비도덕적인 사람들하고 선을 그어서
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발버둥 치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끝끝내 나를 속일 수는 없는 거지.
나도 마찬가지야.
왜냐하면 나도 살아야 하니까.
그러니까 나의 신념이 뭐 대단하지도 않고
나라는 존재가 정말이지 별것 아닌
비루하고 비루한 존재라는 받아들이고도
최선을 다해서, 그러거도 운이 좋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절.
전쟁이, 이데올로기가 강제되는 시대가
평범한 수많은 개인들에게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정말이지 너무나 소시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심지어 운도 좋은 편이었는데도
정말이지 겨우, 겨우 살아냈다는 점에서...
어떤 위대하고 고매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전쟁 배경의 소설보다 잘 와 닿았던 것 같아.
왜냐하면 먼다도
먼지 같고 모래 같은 평범한 사람 중에 한 명이니까.
먼다의 추천
이 책은 어때?
최인훈의 광장
그 산이~ 에서의 완서에 비하면
결코 소시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좌로도 우로도 갈 수 없는
경계선에서 오직 나일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함께 봐도 좋을 것 같아!
이 영화는 어때?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
2000년에 개봉했어.
워낙 유명한 영화라
추천은 큰 의미 없겠지만 ㅎㅎㅎ
분단이라는 이 특이한 상황에서
우리는 광복이 된 그 날부터
피아식별을 하는 방법을 잃어버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책의 낭독 분량은 10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BGM 출처
title : 45. Gymnopedie No.1 - Lent Et Douloureux
authr : 한국저작권위원회
by site :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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